해마다 일 년 중 가장 더운 7월에 잔치를 하게 되어 늘 축하잔치에 와주시는 선생님과 여사님들께 죄송하고 특히 코로나의 이 어려운 시대에 장마비와 폭염이 반복되더니 오늘은 날이 맑아졌네요. 사실 저는 잔치를 작년처럼 건너뛰고 싶었는데 권선생님은 잔치날이 기다려지나 봅니다. 작년에 35주년 잔치를 앞두고 갑자기 시집을 내겠다며 제가 쓴 시와 자기가 쓴 시를 합쳐서 부부 시집을 만들어 잔치 때 나눠주겠다며 서둘러 만들었는데 코로나가 심해서 잔치를 하지 못했지요. 아직 못 받으신 분들은 오늘 가져가세요.
금년이 결혼 54년 단도박 36년 동안 허둥지둥 늘 바쁘게 살아오느라 세월의 흐름도 느끼지 못했나 봅니다. 어느새 인생의 막바지에 와서 얼마 남지 않은 인생을 돌아보게 되네요. 늘 친 자매형제처럼 궂은일이나 기쁜 일이나 내일처럼 여기고 함께 걱정하고 위로하고 공감하며 함께 해준 여러 선생님과 여사님들이 계셨기에 모임시간이 즐거웠고, 지나온 세월이 행복했기 때문에 세월이 순식간에 지나간듯합니다.
그동안 남편의 도박으로 불행했다고 생각했었지만 지나놓고 보니 모든 게 남편 말대로 도박 덕분에 평범하지 않고 정신없이 바쁘게 인생을 살면서 행복을 엮어왔나 봅니다.
모임 초창기에 남편이 나에게 보여준 첫 번째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 해준 것이 자기 이름으로 된 집의 명의를 내 이름으로 바꿔준 것이죠. “나는 도박중독자이니 언제 도박이 재발되어 집을 잡혀 먹을지 알 수 없으니 당신이름으로 명의를 바꾸지.”그렇게 해서 내 명의로 바뀌는 바람에 재건축을 할 때 조합장이 되어 아파트를 짓게 되었고, 우선권을 얻어 아파트에서 가장 좋은 위치의 집을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감히 생각지도 못한 기적 같은 일이었죠.
남편이 조치원에 있을 때, 전화를 하면 안 받을 때가 있어 애가 탈 때, 생각한 것이 도박이 재발이 되면 내가 직장 생활해서 받는 월급의 몇 배가 날아 갈 것이라 여겨 미련 없이 교직생활 32년 만에 직장을 그만두고 남편을 따라다니며 월요일에 함께 조치원에 내려가 목요일 함께 올라오는 생활을 하다 조치원 모임을 만들었고 함께 참석하게 되었지요.
남편은 모임을 위해 전국을 돌아다녔습니다. 모임 창립 때나 잔치 때 봉사자 모임을 전국으로 돌며 다녔고, 1년에 두 번 하는 연수도 수도권 남부권을 번갈아 했으니 G.A가족들을 얼마나 많이 알게 되었겠어요. 한 번도 빠지지 않고 거의 참석했고 L.A 한인 모임 1주년 10주년 행사를 비롯해서 국제 컴퍼런스에도 40주년 50주년 60주년까지 참석하느라 미국을 5번 이상 갈 적마다 페키지로 미동부 미서부 카나다 멕시코등 여행도 많이 했으니 도박 덕분이라 하겠지요.
12년 전이던가요? “남편을 도박중독에서 구출했다”는 TV 출현 요청으로 아침마당에 2번 출현했던 일도 있었지요. 도박이 아녔으면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 저에게 생긴 겁니다. 남편 말대로 모두가 도박한 남편을 만난 덕분입니다.
남편의 도박으로 속을 썪이다 그 마음을 풀어 내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하였고, 단도박 모임 회지를 만들게 되다보니 소설 수필로 등단까지 하여 작가의 길을 걷게 된 것도 남편의 도박 덕분인 듯합니다. 80대 중반에 접어든 노인들이 할 일이 없다는데 권선생님은 모임과 상담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는 것도 모임덕분이구요.
지난날 수없이 이혼을 생각했던 적이 있었지만 권선생님의 단도박 생활로 편안한 노후를 보내는 행복을 얻게 되었으니 돌보아 주신 위대한 힘께 감사할 뿐입니다.
권선생님의 단도박 생활의 열정이 식지 않고 꾸준히 36년간 단도박을 해 오신 것은 참으로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가족에게도 활력을 주어 삼남매 모두 결혼해서 나름대로 열심히 살고 있으니 이게 모두 단도박 생활 덕분이라 봅니다. 지난날 지독히 속을 썪여서 자살 시도를 3번이나 했던 권선생님이 모임에서 행복과 웃음을 찾고 힘과 용기를 얻어 새롭게 살게 된 것은 여러 선생님과 여사님들이 함께 해준 덕분입니다.
권선생님은 도박에 올인 하듯이 신앙에 적극적으로 매달려서 간절한 염원을 담아 호소하는 기도를 매일하고 계시니 위대한 힘께서 어여삐 여기시고 돌보아 주신 은총으로 오늘 36주년 잔치까지 올 수 있었음에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이 무더위에 저희 잔치를 찾아 축하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단도박 모임의 무궁한 발전과 모든 회원님들의 각 가정에 위대한 힘의 보살핌으로 축복과 평화가 함께 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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