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0일 소감문 ❦

                                                                                        대구(토) 가족모임 - 수성박 여사

  안녕하세요. 저는 수성윤 선생님의 가족 수성박입니다.

윤선생님의 단도박 100일을 축하해 주시는 협심자 선생님과 가족 분들께 먼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윤선생님은 5년 전 저희 가족이 타지역에서 대구로 이사 온 이후부터 쭈욱 도박을 했습니다. 시작은 주식이었습니다. 그 이전에도 저 몰래 조금씩 재미삼아 했었는데 저는 전혀 모르고 있다가 대구로 오고 나서 대출한 걸 보고 알게 되었습니다.

  곧 둘째가 태어나니 맘 잡자고 몇 번이고 설득하고 약속도 했지만 이미 중독 상태였기에 지키지 못할 약속들이었습니다. 제가 충격을 받으면 아이가 잘못될까 봐 안하는 척 하면서도 계속해서 도박을 했고, 아이가 태어나고부터는 기다렸다는 듯이 본격적으로 했습니다. 저의 눈물과 태어난 둘째, 부모님의 회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모든 것을 담보로 해서 빌릴 수 없을 때까지 계속해서 대출을 했으며 돈에 대한 개념조차 사라져 큰돈을 하룻밤 사이에 펑펑 날려버렸습니다. 울면서 빚 갚아달라고 사정해서 갚아주고 나면 또 날려버리고... 그야말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습니다. 많은 분들이 그러셨듯이 저도 처음에는 도박 중독이 심각한 병이라는 것을 몰랐습니다. 아니 중독 상태인 것도 몰랐습니다. 단순히 주식투자를 과하게 해서 돈을 잃은 정도로 생각했었지요. 그 당시에는 하느님께서 왜 수많은 사람들 중에 이런 사람을 저와 짝지어 주셨는지 원망도 많이 했고 끊임없이 이혼을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마지막으로 찾아뵈었던 협심자 선생님과 여사님의 도움으로 저는 윤선생님의 도박을 끊기 위해 노력해 보기로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센터의 교육과 GA & 가족모임을 통해 도박이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심각한 질병이라는 것을 배웠고 빚을 대신 갚아 주면 안 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매주 GA모임에 나오면서도 윤선생님은 도박을 끊지 못했고 마지막 남아 있던 자금까지 다 잃게 되자 그제야 도박을 그만 하고 싶다고 제게 말하더군요. 이 때가 포기와 결심단계였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2020년 9월3일부터 윤선생님은 단도박을 시작하였고 지금까지 회복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지금도 윤선생님은 도박 때 느꼈던 쾌감이랄까... 그런 감정들을 여전히 갈망합니다. 이곳 도박문제관리센터에서 도파민이라는 호르몬에 대해서 배우고 나니 윤선생님이 느끼는 감정들에 대해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가족모임을 통해 제 자신도 부족한 사람이고 변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으며 심적으로 힘이 들 때 제가 기댈 수 있는 곳이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도 생겼습니다. 윤선생님의 뒷모습조차 미워서 보기 싫을 때도 사실 있지만 그럴 때마다 연민의 감정으로 이 사람의 아픈 모습을 감싸 주고 이해하려고 노력중입니다. 

  요즈음 윤선생님은 도박이라는 부정적 중독 상태가 아니라 독서와 글쓰기라는 긍 정적인 몰입에 빠져 있습니다. 도박을 할 때와 하지 않는 지금의 모습은 윤선생님 뿐만 아니라 저희 가족 모두에게도 확연한 차이를 느끼게 합니다. 큰 아이는 책 읽는 아빠 모습이 예전보다 몇 십 배는 더 좋다고 말합니다. 저 또한 아이들 돌보는 데에 집중할 수 있어서 예전보다 심적으로 편안함을 느낍니다. 

  도박중독에 빠져 있었던 시간 동안, 그리고 그 이전부터도 윤선생님은 늘 자기 자신을 위한 삶을 우선으로 생각하며 살아왔습니다. 현재의 주어진 삶에 만족하며 행복해 하길 바라는 저와는 달리 항상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으며 타인이 바라보는 자신의 모습이 자랑스럽기를 기대하였습니다. 지금까지 본인의 욕구 충족과 자아실현을 위해 살아왔다고 해도 부족하지 않을 것입니다. 윤선생님이 도박에 빠진 이유도 저는 이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윤선생님의 그러한 관념이 아직도 남아 있기에 지금 저는 마냥 기뻐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따라서 현재의 단도박 100일이 주는 의미에 좀 더 신중하고자 합니다. 오늘 잔치는 ‘단도박 100일 축하’라는 의미보다 지난 100일 동안의 윤선생님과 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짐과 동시에 1년, 2년, 3년... 앞으로 나아갈 많은 날들이 있기에 차분히 윤선생님은 윤선생님의 역할을 다하고, 저 또한 저의 자리에서 제 몫을 다하며 하루하루를 충실히 살기 위해 다짐하는 시간으로 받아들이고자 합니다. 혹시나 윤선생님이 재발하더라도 예전처럼 괴롭고 힘들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이 자리에 계신 분들도 그렇듯이 GA & 가족모임을 통해서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을 얻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게 제가 예전과 달라진 점입니다.

  거짓말하지 않고 솔직한 부부 사이, 모든 면에서 오픈된 관계가 되는 것이 저의 단도박 1년 목표입니다. 

  마지막으로 100일이라는 시간을 잘 이겨낸 윤선생님 고생 많았습니다. 앞으로 단도박을 하면서 자기 자신만의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가족이라는 울타리에 속해 있는 남편이자 아이들의 아빠, 우리 가족의 가장이기에 가정도 한 번씩 돌아보고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윤선생님이 되었으면 합니다. 

  드리고 싶은 말은 많은데 주어진 시간이 짧아서, 아쉽지만 이것으로 100일 소감문을 마칩니다. 부족한 저의 소감문을 들어 주신 여러 선생님과 가족 분들께 감사드립니다!!